치솟는 집값에 소득의 반 이상을 빼앗기고 집의 빗장을 걸어 잠근 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사람들에게 대문을 열고 더불어 살자고 제안하는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점점 더 개인화되어가는 현대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사람, 타인에게 내 삶을 보여주는 것이 두렵다며 거부하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지만 새로운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동육아, 공동취사, 공동거주 등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거주 방식과 주택 양식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주택정책에 피로감을 느끼고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집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거주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500명 정도의 사람들이 한 단위를 이루어 집합주택에 거주하면서 작은 경제권을 형성하고 서로 돕고 나누는 삶을 사는 지역사회권은 어떻게 보면 획기적이고 진일보한 제안처럼 보이지만, 사실 예전 우리 조상들이 이미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 투영되어 있다. 물론 시스템의 측면에서는 기술적이고 첨단화된 부분이 있지만, 지역사회권이 더 중요하게 내세우는 지점은 국가나 개인이 짊어질 수 없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공동체의 힘으로 함께 나누어 해결하자는 것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삶의 가치가 투영된 공동체로의 회복을 주장하는 것이다. 야마모토 리켄은 미래사회에 건축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온 건축가이다. 복지와 경제, 환경의 문제를 건축학적으로 해결하려는 그의 노력은 지역사회권을 통해 절실히 드러난다. 일본과 한국에 그가 시연한 지역사회권적 주택을 다시 한번 곱씹고 그 진정성을 되새기는 것은 단지 한 건축가의 성취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진지한 고민의 시작이 될 것이다.